과거엔 천재 건축가
20년 전 버나뎃 폭스는 건축계의 아이콘이자 천재라고 불렸습니다. 세계에서 분야와 상관없이 천재들만 받는다는 '맥아더 상'을 받은 최연소 수상자 이기도 합니다. 버나뎃은 3년 동안 설계한 '20마일 하우스'라는 건축물을 완공했습니다. 천재 건축가가 설계한 '20마일 하우스'는 성공작으로 이름을 알렸고 '20마일 하우스'를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납니다. 버나뎃은 긴 고민 끝에 큰돈을 받고 팔기로 결정합니다. 하지만 버나뎃이 3년 동안 열정으로 설계한 '20마일 하우스'는 몇 시간 만에 부서지게 됩니다. 나이절 밀스 머리라는 쇼 진행자가 대리인을 시켜서 건축물을 샀고 그는 주차장 부지로 쓰기 위해 '20마일 하우스'를 부서 버리게 된 것입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버나뎃은 자신을 실패자라고 생각하고 불면증에 시달리며, 사회불안장애라는 정신질환까지 앓게 됩니다. 그 뒤로 건축계에 잠적하고 시애틀로 도망을 와서 여전히 사회 부적응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혼자 남극으로 도망치기까지
버나뎃은 남편 '엘진'과 딸 '비'와 함께 시애틀에서 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딸 '비'는 성적이 좋으면 졸업 선물로 가족들과 한 달 동안 남극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합니다. 엘진은 긍정적이고 버나뎃은 내키지 않지만 신나 하는 딸의 모습에 일단 긍정적으로 대답합니다. 하지만 사회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그녀는 여행을 가면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 하는 것과 뱃멀미까지 걱정하며 여행이 계속 내키지 않습니다. 버나뎃은 본 적도 없는 가상 비서 만줄라에게 모든 일을 시키며 주로 집 안에서만 생활합니다. 개인정보를 모두 넘긴 후 이번 여행을 위한 서류와 결제를 부탁하고 멀미약 처방까지 만줄라에게 부탁을 합니다. 하지만 만줄라는 처방한 약은 직접 받아와야 한다는 답장을 보냅니다. 버나뎃은 지금까지 병원에서 처방한 정신과 약을 먹지 않고 모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약국에 가길 꺼려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가게 된 약국에서 곤란한 상황이 생겼고, 지나가던 엘진은 약국에서 잠든 버나뎃을 발견합니다. 엘진과 버나뎃은 둘 만의 시간을 보냈고 엘진은 진심으로 버나뎃에게 치료를 받기 원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버나뎃은 이웃과 가족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잘 살아왔습니다.
어느 날, 이웃집 오드리가 버나뎃의 집 마당에 있는 블랙베리 덩굴이 자신의 집 담장으로 넘어오는 게 마음에 들어 하지 않자 불화를 원치 않던 버나뎃은 집 마당 언덕에 있는 블랙베리 덩굴을 없애버립니다. 그로 인해 위험천만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던 날, 이웃집 오드리는 동네에 사는 모든 학부모들을 초대해 학예회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학예회의 꽃인 아이들의 동요 발표 시간에 버나뎃의 집 언덕에서 산사태가 발생하여 학예회는 만신창이가 되고 오드리의 집은 손쓸 틈도 없이 부서지고 맙니다. 마침 버나뎃을 마주친 오드리는 버나뎃에게 책임을 묻고 따지지만 버나뎃은 가식적인 말만 내뱉습니다. 분명 건축가였던 버나뎃은 블랙베리 동굴이 언덕을 지탱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텐데 버나뎃은 그걸 모른 척한 것입니다. 이 사건을 알게 된 엘진은 정신과 의사를 불러 그간 일어난 버나뎃의 상황에 대해 설명합니다. 엘진은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를 듣고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합니다. 게다가, 엘진을 찾아온 FBI 요원은 버나뎃의 가상 비서 만줄라가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범죄 조직이 만든 가상인물이라는 것과 그들이 버나뎃 가족이 여행을 간 사이 재산을 다 빼낼 예정이었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엘진은 FBI 요원과 정신과 의사를 집으로 불러서 버나뎃에게 설명을 합니다. 그리고 엘진은 남극 여행을 버나뎃 없이 갈 것이고 그동안 치료를 받으라고 이야기합니다. 충격을 받은 버나뎃은 엘진을 설득시켜 보지만 엘진의 마음은 이미 결단을 내린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버나뎃은 화장실에 간다고 하고 창문을 통해 도망을 칩니다.
도망친 곳은 다름이 아닌 이웃집 오드리의 집이었습니다. 버나뎃은 오드리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야기하는데 오드리는 버나뎃을 선뜻 도와주기로 합니다. 다음 날, 버나뎃은 오드리에게 거짓말을 하고 혼자 남극행 비행기를 탑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비는 엘진과 함께 버나뎃을 찾으러 남극으로 향합니다.
다시 심장이 뛰다
남극에서 카약을 타는 사람들 중 버나뎃은 남들과 다른 길로 빠집니다. 그곳에서 버나뎃은 남극점 기지로 가는 연구원을 우연히 만나 남극에 새 기지를 짓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 이야기에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남극점은 높은 경쟁을 뚫고 필수 인력 50명만 갈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버나뎃은 포기하지 않고 화물용 보트 직원으로 위장해서 들어가는 데 성공합니다. 관리자에게 자신을 밝히며 새 기지를 만드는데 일 하고 싶다고 설득하지만 그곳은 버나뎃이 아무리 천재 건축가인들 쉽게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버나뎃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끈질긴 설득 끝에 반쯤 넘어간 관리자는 버나뎃에게 다시 한번 확신을 요구하며 반사회적인 성향이 필요하며,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오랫동안 운동도 샤워도 못하는 단점을 말해주지만 버나뎃은 그것이 자신이 20년 동안 연습해온 것이라고 합니다. 누가 봐도 혼자 있길 즐기는 버나뎃에게 그런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한편, 남극에서 버나뎃을 찾던 엘진과 비는 팔머 기지 연구소까지 오게 되는데 비는 그곳에 엄마가 있을 것 같은 확신을 갖게 되고, 동시에 새 기지를 설계할 기회를 얻게 된 버나뎃은 그 소식을 전하기 위해 집으로 전화를 해서 상황을 이야기하는 장면을 엘진과 비가 보게 되며 가족들은 남극에서 재회를 합니다.
심장이 뛰는 일을 하고 있나요?
영화 '어디 갔어, 버나뎃'을 보고 중반에 버나뎃을 잘 아는 친구와의 대화 내용이 정말 좋았습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고민을 버나뎃은 친구에게 이야기를 하고 버나뎃에게 너 같은 사람은 창의적인 일을 해야 한다며 용기를 주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결국 가족들의 응원도 받게 되지만 다시 기회를 얻기까지 버나뎃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나도 버나뎃처럼 가슴이 뛸 만큼 하고 싶은 일이 있는지 자문해보았습니다. 현실에 부딪히고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시작하지 못했던 일이 떠올랐고 용기를 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볍게 볼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했지만 '어디 갔어, 버나뎃'을 보고 나니 잠깐 멈춰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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